[직일구의 경제공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미국이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4,370억 달러 규모 (약 480조원) 의 재정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 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미국이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탄탄하게 하겠다는 부분이다. 

 

국내 산업 영향 관점에서 이번 IRA 법안 중 특히 주목해서 보아야 할 조항은 Section 13401인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1) 세액공제(사실상 보조금 효과) 적용 조건들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들 규정이 우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및 이차전지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IRA Section 13401의 핵심을 요약하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① 최종 조립 조건,

②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③ 배터리 부품 조건 등의 IRA 법상 규정된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인데, 

 

첫 번째 조건인 ‘최종 조립 조건’은 최종 조립(Final Assembly)이 북미(North America)4)에서 이루어진 전기차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 조건은 IRA 발효 즉시 적용된다. 

즉, 2022년 8월 16일 이후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 중에서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이다. 이 조건은 전기차 탑재 배터리에 내재된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Extracted) 또는 처리(Processed)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Recycled) 광물인 경우에 한해서만 3,750달러 상당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핵심 광물 비율은 2023년 40%를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2027년 이후부터는 80%로 고정되는 구조다.

 

세 번째 조건은 ‘배터리 부품 조건’이다. 동 조건은 전기차 탑재 배터리 부품 중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Manufactured) 또는 조립된(Assembled) 경우에 한해 3,750달러 규모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2023년 50%에서 매년 증가하는 구조이며 2029년 이후부터는 100% 전량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배터리 관련 두 규정은 발효 즉시 적용되는 최종 조립 조건과 달리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배터리의 경우, 

우리 이차전지 기업의 북미지역 생산 기반 확대 추세가 규모와 속도 양면에서 모두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볼 때 IRA 발효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산업에 악재보다는 수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IRA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배제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내 우월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는 등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리튬,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생산 및 정제가 중국 등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도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충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지역 생산 기반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곧바로 맞출 수 있는 여력이 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거래하는 완성차 업체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매출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일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파나소닉 등 미국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배터리 기업들도 핵심 광물 및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해도 그 정도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